-
[1993] 쉰들러 리스트 리뷰 ★ - 2019 재개봉[★ Movie]/Review 2020. 9. 3. 18:49
변화하는 자아, 위장되는 자아
나치 독일 시절의 악명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유태인 학살, 이른 바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증언하는 영화들이 수 차례 거듭하여 나온 것에서 그 악명이 증명된다.
이 영화는 오스카 쉰들러라는 인물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체코 출신 독일인이자 나치 당원이고, 군 장교들과의 밀월관계로 사업에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기업가임에도 그는 유태인 1200여명을 살려낸다. 이 때 살아난 이들, 즉 오스카 쉰들러가 구해낸 이들을 쉰들러주덴이라 부른다. 대략적인 이야기만 들어도 주목할 만한 인물임이 틀림없는 쉰들러. 그러나 이를 휴머니스트라 부르기에는 망설여진다. 술도 잘 마시고 줄곧 암거래도 했고 때론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는, 패러독스한 면모를 지녔던 사내의 기이한 미덕이다.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저작 <정신 현상학> 에서 "의존적 무의식이 어떻게 돌립된 자의식으로 성장하는가" 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상식과도 같아진 "변증법" 이라는 난삽한 논리를 적용하자면 우리는 <쉰들러 리스트> 를 단지 유태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영화적 보고서로만이 아닌, 개인 각자의 성장을 위해 유용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쉰들러 역시 영화를 보면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이를 볼 수 있다. 유태인에게 가해지는 비인도적 범죄의 현장을 목도하는 순간마다 이 소녀는 쉰들러의 시야에 포착된다.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후엔 이 소녀마저 차디찬 시체가 되어 짐수레에 실려나가는 이후 쉰들러의 진보는 더 이상 의존할 상대가 없어진다.
특히 이 영화는 좀 더 심각하고 복잡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는데, 인간이란 존재가 겉모습으로만 속내가 쉽사리 관찰되는 단세포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쉽게 떠올릴 수는 없다.
스필버그 감독에게 쏟아진 비난들 중 이 영화에 관련된 것으로 영화의 후반부에서 오스카 쉰들러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간단히 요약해서 '오버' 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드러나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쉰들러가 그저 패물을 챙기고 떠났을 뿐이라는 얘기를 꺼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을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만약 여기서 쉰들러가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그저 밋밋한 졸작으로 남았을 뿐이라는 것. 남은 물자를 골고루 분배할 것을 슈텐에게 당부하고 떠나기 전 직공들이 서로 금니를 모아 만들어준 반지, 탈무드의 격언이 새겨진 반지를 받고는 뭉클해짐에, 떨림에 반지를 떨군 쉰들러, 끝내 더 많은 수의 사람을 구해내지 못했음에 자책하며 회한의 눈물을, 그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쉰들러는 오랜 시간 자신을 억누른 심층자아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쉰들러 리스트> 가 한 편의 휴먼 드라마로서의 성취를 이루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마약왕 리뷰★ (0) 2020.09.04 [2016] 아수라 리뷰 ★ (0) 2020.09.04 [1994] 포레스트 검프 리뷰 ★ (0) 2020.09.03 [2004] 말죽거리 잔혹사 리뷰★ (0) 2020.09.02 [2009] 굿모닝 프레지던트 리뷰 ★ (0) 202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