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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수라 리뷰 ★[★ Movie]/Review 2020. 9. 4. 18:25
지옥도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아수라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정우성과 황정민이 같은 영화에 출연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곽도원까지 출연하는 것은 쉽게 생각하기가 힘들다. 특히 정우성이 그 동안 걸어 온 영화와 황정민이 추구한 영화가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아수라라는 영화가 많은 매스컴에서 노출되고, 영화 포스터를 보자마자 <신세계> 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우성과 황정민의 얼굴이 박힌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흥행 성적이야 그렇다 쳐도, 연기력만큼은 정말 시간과 돈을 들여도 아깝지 않은 배우들 아닌가?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세계관' 이다. 아직도 세상에 존재하는 작대기들과 그 작대기에 작대기를 꽂고 사는 수 많은 사람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음에 우린 충분히 눈물을 흘리고 슬퍼해야 한다.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는 것이 무서운 인간의 삶, 그리고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동물과 다른 인간이라고 믿는 착각에 반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나는 배우들과 감독들의 영화 홍보 인터뷰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인간의 폭력성과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아수라와 같은 세계라니?
아수라보다 잔인한 영화는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폭력과 액션에 대한 영상미가 다른 외화나 요즘 나오는 액션 영화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게 보인 것은 아무런 힘이 없는 정우성이 안남시장 황정민, 그리고 지독한 검사 곽도원 사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스토리보다는 발버둥치는 삶이 우리 인간들의 요즘 삶이라는 생각에 공감했다. 폭력이 아니더라도 지금을 살고 있는 우 리는 어딘가에서 늘 발버둥치고 있다. 속된 말로 두 다리 쭉 뻗고 잔 다음 일어나면 다시 생활하기 위해 발버둥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런 발버둥 속에서도 스스로가 태연한 인물이 바로 작대기이다.
나는 무한도전에 나왔던 김원해가 아수라에서 어디 나오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원해는 작대기였다는 것.
작대기라는 인물은 추악하고 더럽지만, 가공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뚜렷한 악인처럼 보이지만 마약쟁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악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 만한 요건들은 없으며, 오히려 힘없이 이용당하는 것이 불쌍하게 보이는데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밑바닥 인생의 작대기가 영화에서 제일 당당하고 힘있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협박에도 확실하게 자신들의 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작대기는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는 자들보다 더욱 당당하다.
그래서 인간의 욕심은 모든 재앙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은 고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보이는 노숙자와 쓰레기를 줍는 노인들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삶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것에 사회와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온갖 비리에 대해 역겨움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시간이 가면 서서히 사르가지고 다시 열심히 살기로 마음먹는다. 왜냐하면 열심히라도 살아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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