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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래스 리뷰★ You cannot contain what you are[★ Movie]/Review 2020. 9. 9. 18:51
당신은 당신 자신이 되는 일을 억누를 수 없다
(You cannot contain what you are)
마치 선사나 인도의 성자에게서, 혹은 예수나 부처, 소크라테스에게서 들려질 법한 위의 말은 이 영화를 견인하는 표어이자,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의 중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식스 센스> 이후로 현재의 <글래스> 에 이르기까지 샤말란은 일관적으로 하나의 인간성만을 묘사해 왔다. 그의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상호관계적으로 묘사되어 구성된 하나의 인간의 모습인데, 그 인간은 바로 종교적 인간(Homo Religius) 이며 곧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이다. 인간이 종교적으로 되고자 하는, 곧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두 가지의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바로 유한성과 초월성이다. 샤밀란 감독은 이 유한성과 초월성이 상호 공속적으로 구성하는 종교적 인간의 실제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통찰을 보이고 있다. 그의 모든 영화는 이러한 종교적 합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기능하는 일종의 종교적 우화와도 같다.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할 때 반드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로 세계다.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세계의 인식인데 우리는 이것을 경계(boundary) 라고 부른다. 모든 세계는 하나의 경계며, 하나의 알이다. 헤르만 헤세가 묘사하는 것과 같다. 하나의 세계는, 곧 하나의 알은 그 알 속에 담긴 개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키우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개체가 점차 자라나 그 존재감이 커지고, 개체는 알이라는 경게를 오히려 자신을 제약하고 억제하는 한계로 인식하며 그 한계를 탈출하여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이것이 바로 유한자로서의 자기 인식이 출현하는 순간이며 유한자가 자신을 유한자로 만드는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초월지향성을 담지하는 순간이다.
언제나 샤말란의 영화 속에는 개인을 제약하는 하나의 일상적이며 단단한 경계가 묘사되고 있다. 그 안에서 개인은 자신을 비정상의 열외자로 느낄 만큼의 유한성을 실감하게 되며 샤말란이 묘사하는 개인은 이 유한성을 무시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인하여 세계를 긍정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도약을 이루어내는 패턴이 깔려 있다. 샤말란이 묘사하는 인간성이 이와 같은 전환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는 개념은 용기다. 실존적 신학자 틸리히가 묘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용기다.
이러한 류의 용기는 마치 투사같이 힘세고 용감한 모종의 상태나 태도가 아닌 용기에 대한 사랑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스스로를 수용하고자 하는 사랑이며, 수용은 실제로 사랑이라는 단어의 현대적, 심리학적 대체어로 꼽히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철학적 해석이 더욱 어울리는 영화다. 가볍게 볼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한 번쯤 심도있게 파 볼 가치는 있는 듯 하다.'[★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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