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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그린 북 리뷰★ 그 시절,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 Movie]/Review 2020. 9. 10. 18:54
삶의 여정은 여러 중간 역을 경유한다. 그 때마다 다양한 군상들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는 짧은 인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중에는 뜻하지 않게 동행자가 되어 종착역까지 함께 하는 이들도 있다. 그 동행자와의 만남이 서로의 남은 여정을 훨씬 알찬 시간으로 만들어 줄 때 그것은 기가 막힌 인연일 것이다. 대개는 비슷한 사람을 만나 동질감으로 쉽게 가까워질 때가 많지만 드물게는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과 만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상대와의 교류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서로의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면 인간적인 성숙과 함께 스스로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영화 <그린북> 의 시대적 배경은 1962년 미국이다. 이태리계의 토니는 나이트클럽의 질서를 지키는 주먹꾼으로 월세를 걱정하며 가족을 겨우 부양하는 가장이다. 양가 사람으로 이루어진 토니의 대가족은 넉넉하진 않지만 화목한 가정이다. 그렇지만 클럽이 갑자기 2개월 휴업을 결정하자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오게 되고 단기 일자리를 찾게 되는데, 주변인들의 소개로 자메이카계 셜리 박사의 운전사로 단기 고용되기에 이른다.
지식, 교양, 자산까지 갖춘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 박사와 허풍과 주먹만으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토니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1960년대의 미국은 아직 공공연한 인종차별과 함께 유색인종들은 대부분 빈곤층이었기에 그들의 고용관계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그리고 남부지방은 아직도 인종차별이 많았으므로 처음부터 그들의 여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클럽의 주먹군인 토니의 고용은 그러한 상황에서 보디가드의 임무를 겸한 것으로 보이는데, 남부 지역은 피부색에 따라 출입이 결정되는 숙박시설이 많았기에 토니는 셜리 박사의 숙박을 위해 수시로 그린 북을 보면서 운전을 해야만 했다. 영화 제목으로 꼽힌 일종의 메타포이다.
실존했던 셜리 박사는 심리학과 예술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둘 중의 하나만 해도 대단한 데 학문의 본류인 심리학과 음악을 같이 공부했다니 놀라운 성취라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보통의 음악가가 아닌 천재 피아니스트가 토니같은 사람을 고용한 데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니 역시 인종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 시대에서는 '평범한' 백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부당함을 겪는 셜리 박사를 보고 인종차별의 문제점을 깨닫고 무뢰배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경찰관에 대한 폭력 대응으로 곤경에 빠지면서 셜리에게 폭력적 습관을 버리라는 조언을 듣고 폭력에 의한 문재해결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여러 곤경과 에피소드를 겪으며 투어가 끝나게 되고 폭설 속에서도 쉬지 않고 교대로 차를 운전하며 크리스마스 파티에 늦지 않게 뉴욕의 집에 도착하게 되고, 토니의 대가족과 함께 하는 파티에 셜리 박사가 함께 참석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흑백간의 '우정' 을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실은 셜리 박사를 만든 토니의 행운담으로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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