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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어거스트 러쉬 리뷰★ 음악이 있는 한,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Movie]/Review 2020. 9. 15. 18:12
음악이 있는 한,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어거스트 러쉬의 주된 줄거리는 첼리스트 어머니와 락밴드 메인보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에반이라는 소년이 고아원을 나와 음악을 통해 부모를 찾아 먼 길을 떠나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모와 11년 만의 극적 상봉을 한다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영화의 주 된 목적은 감동, 아이의 천재성 표현, 좋은 음악일 것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어거스트 러쉬는 저것들을 표현하는 데 실패했다.
에반 테일러 역을 맡은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는
이 당시 아역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조니 뎁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후계자라고 지목할 만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조나단 리스-마이어스와 캐리 러셀의 연기와 기타, 첼로 연주도 흠 잡을 곳은 없다.
실제로 기타를 처음 접하고 연주하는 프레디 하이모어의 표정은 뇌리를 강하게 스쳤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감동적인 음악 영화를 표방하면서 영화 내용 자체는
전혀 감동스럽지 않고, 오히려 역동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틀이 정해져 있는 가족 영화이기에 그 구조를 흔들면서까지 개연성을
부과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우연과 캐릭터들의 육감이 지나치게 남용되었다는 감이 있다.
개연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몰고 가려면 찝어낸 포인트들이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니 재미는 반감되고 감동은 없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세 가족은 대체 음악적 교감이 어디까지 가능한 지
가늠이 안 되는 초능력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로 텔레파시로 의사소통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결국 이런 설정은 극 중 에반 테일러라는 소년의 천재성 표현에도 타당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대체 이 에반 테일러라는 소년이 어떤 면에서 천재성을 띄는지(일단 음악적 부분을 제시했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를(눈살 찌푸려지는 소음까지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체 곡을 쓰고 악기는 보기만 하면 다룰 수 있는 과정,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이 소년은 천재라 가능하다는 내용을 관객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당연히 극에서 제시하는 이야기에 신뢰성을 주지 못 한다.
결국 영화는 두 시간 내내 생각하는 대로, 뻔하고 유치한 내용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뻔해도 괜찮으니 제발 그 이유를 보여달라고 외칠 정도가 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유를 모두 생략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지루함이 더욱 심해지고
종국엔 좋은 음악마저 하품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에 좋은 장면이 아예 없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처음 오프닝에 나온 갈대밭에서 자연의 소리를 지휘하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라 꼽아도 될 정도로 정말 멋있다.
흔들리는 갈대들과 자연의 소리를 음악으로 듣고, 홀로 지휘하는 소년은
그 장면 자체로 멋진 그림을 연출해낸다.
그 외에도,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가 누구인 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타를 바꿔 들고 연주하며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는 장면도 멋진 장면이다.
음악 영화에서의 미덕은 대화가 없이도 서로 음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
이 부분에 기대하고 음악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장면이 몇 장면에 지나지 않는 데다가
허술한 내용전개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울 따름..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대표적인 음악 영화 중 하나인 Once와 정반대의 노선을 타고 있다.
독립영화/할리우드, 신선한 이야기/도식적인 이야기, 캐릭터와 동화 캐릭터의 불신,
음악의 전달 이야기와 따로 노는 음악(그러나 어거스트 러쉬의 수록 음악은 매우 좋은 편이다)
첫 단추 끼우는 것부터 싸그리 무시해 버리고 시작한 영화는
결국 엔딩에서 모든 것이 뒤틀려져 이도 저도 아닌 억지감동 엔딩이 나오기 마련.
아이의 콘서트장에서 재회하는 세 명의 가족이 모두 우연으로 이루어졌다는 내용은
이 평을 쓰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 영화는 좋은 배우들과 좋은 음악이라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기본 설정의 미진함, 내용 전개의 개연성 결여, 음악영화의 미덕들을
모두 살리지 못 하고 그저 그런 할리우드의 범작 음악영화에 머물고 말았다.
아직까지는 Once 이상의 음악 영화를 보지 못 했다.
과연 이를 넘는 음악 영화가 있을지..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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