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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폴란드로 간 아이들 리뷰★ 너희 나라가 너희를 필요로 한다[★ Movie]/Review 2020. 9. 11. 18:22
전쟁의 최대 피해자. 조국이 버린 아이들
6.25 전쟁으로 인해 남과 북 양 진영에는 어마어마한 전쟁 고아가 발생했다. 이 영화는 그 동안 숱하게 다루어져 왔던 남한의 전쟁 고아 이야기 대신,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의 전쟁 고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큐를 제작, 연출, 출연한 추상미 감독은 우연하게 폴란드로 보내졌던 북한의 전쟁 고아들의 숨겨진 역사를 접하게 되어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자체만을 평한다면, 상영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하도록 하는 힘은 매우 약한 편이다. 그러나 숨겨진 역사와 폴란드에서 아이들을 돌봤던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보는 것 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평가받는다.
폴란드에 동행 취재한 탈북 배우 이송의 이야기와 소련의 전략적 선택, 김일성 주석의 결정에 의해 고아들이 폴란드에 보내졌고, 다시 당의 결정으로 북으로 강제 송환 당해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교차로 소개되고, 그 전환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본래 의도는 폴란드로 보내졌던 아이들과 지금 북한을 탈북한 아이들의 심경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도록 하려 했을 것 같은데, 이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면 보다 좋은 다큐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는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울린다. 인터뷰를 진행한 폴란드의 고아원 원장 요제프 할아버지를 통해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전쟁 고아들을 기억하고, 가슴에 사무치도록 안타깝게 아이들을 아꼈다는 사실이 그대로 전해진다.
북한에서 폴란드까지 몇 날 몇일을 기차에 몸을 싣고 도착해 플랫폼에 내렸을 때 전혀 다른 피부색과 얼굴, 머리칼을 가진 폴란드인과 마주했을 아이들의 심경이 영상을 통해 보여지는 아이들의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럼에도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당시의 북한에서 하루하루 배고픔과 몸을 맡길 곳이 없던 아이들에게 폴란드는 마음의 평안과 육신을 기댈 곳이 있는 장소였고, 고아원 교사들의 보살핌을 받아 밝은 활력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나라 재건을 위해 인민들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급기야는 폴란드에 보내진 아이들을 다시 강제송환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처참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가장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배고픔과 전쟁 참상의 트라우마를 겪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지 말을 안 해도 눈에 선하다. 특히 요제프 원장을 유독 아빠처럼 잘 따랐던 한 아이의 가슴아픈 사연을 들으며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당시 요제프 원장은 폴란드를 떠나기 싫어한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너희 나라가 너희를 필요로 한다. 가야 할 때다"
요제프 원장은 고국으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은 한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아이의 손을 놓아야만 했다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노인에게 되돌리고 싶은 깊은 한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요제프 원장은 그 아이를 돌려 보내고 편지 왕래가 끊긴 몇 년 뒤 알게 된 사실이 그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행 취재한 탈북민 출신 기자 이송이 이야기하는 북에서의 대기근 당시의 삶, 탈북 이후 분단된 조국처럼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지금의 삶, 끝까지 말하지 못 할 정도로 상처 입은 중국에서의 탈북 과정, 이 모든 것을 감내했을 어린 이송과 폴란드에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그 끔찍한 참상으로 다시 돌아간 아이들이 안타까워서인지, 아니면 그 모진 과정을 겪었음에도 모두 감내해 내고 탈북에 성공한 이송의 이야기가 감탄스러워서였는지..'[★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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