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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세계 리뷰★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Movie]/Review 2020. 9. 11. 18:18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도했던 영화 신세계,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 흥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최민식과 황정민은 두말하면 입 아프며, 박성웅과 이정재의 연기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는 평을 주고 싶다. 수컷 냄새 진하게 풍기는 범죄 느와르물이며, 8-90년대를 주름잡았던 느와르 영화에 대한 향수도 전해져 왔다. 조직에 침투한 비밀경찰 스토리는 딱히 특별하다 보기 어렵지만, 배우들의 촘촘한 연기력이 진부할지 모르는 이 영화에 틈을 남기지 않았다.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하는 경찰과 조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 하는 주인공 이정재의 연기 덕분에 몰입도도 매우 높았다. 양 쪽에서 조여오는 압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으며, 범죄영화다운 긴장감과 액션의 강도도 적당했다.
영화 자체는 기존 느와르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스토리도 조금 진부한 편이라 볼 수 있다. 거대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고 이를 처단하기 위해 잠입을 결정한 경찰들과 1인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거대 조직, 그 사이에서 비밀 경찰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
여기에 음모와 비리, 의리와 배신이 더해져 완벽한 범죄 장르를 표방했다. 그 와중에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신세계> 에서는 오히려 경찰 쪽이 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을 조직에 침투해 그들의 음모를 캐내고 경찰 쪽에 많은 정보를 전해 준 자성은 하루 빨리 비밀경찰 짓을 그만 두고 싶어하지만, 강과장은 그에게 늘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다고는 하지만, 낭떠러지까지 떠밀어 버리는 것은 언제나 경찰 쪽이었다. 협박 아닌 협박으로 자성의 목을 조여오는 강과장은 치졸하고 비열하기까지 하다. 깡패 같은 경찰의 반대 편에 서 있는 조직은 아이러니하기도 가족적인 분위기다. 조직의 2인자로서 골드문 차기 회장으로 손꼽히는 정청은 자성을 친동생처럼 대해준다. 자성을 자신의 오른팔로 여기며 진한 의리와 무한 신뢰를 보여주며 자성의 신분이 노출되었을때도 그 의리는 변함없었다. 오히려 그의 선택을 천천히 기다려 준 쪽은 조직 쪽이었다. 자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사이, 강과장 외 경찰은 골드문의 차기 후보로 거론된 정청과 이중구를 이간질시키며 조직의 목을 치는 일을 벌인다. 직무를 이행하는 동안 벌어진 동료들의 죽음도 어쩔 수 없는 희생일 뿐, 그야말로 얄짤없었다. 그런 자성은 강과장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단 말입니까!!"
<신세계> 는 마치 범죄, 느와르 버전 <트루먼 쇼> 를 보는 느낌이다. 자의나 타의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철저히 감춰진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조작된 삶, 강과장이 만든 세계 안에 순진한 꼭두각시 이자성이 완전히 갇혀 버렸다. 하물며 자성의 와이프마저 강과장의 전략에 불과했으니, 이렇게 조작된 삶을 찾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자성은 자신의 신분이 들키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한다. 그런 그를 보다 보면 관객들 역시 긴장을 풀기가 어렵다. 자성을 쥐락펴락하는 강과장의 계략이 조직의 보스 못지 않게 무서운 건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굵직한 배우들의 연기만큼 시종 묵직한 호흡을 유지하는 영화는 인물들의 갈등이 극에 달할수록 더욱 크게 압박해 온다. 욕망에 눈이 먼 박성웅의 무시무시한 연기도 매우 싸늘하고, 황정민의 엘리베이터 액션 씬 역시 스릴과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장르와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듯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으며, 배우들의 연기만큼 영화의 엔딩도 적절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다시 본다 해도 재밌을 영화였다.'[★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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