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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주먹왕 랄프 리뷰★ 새로운 세상, 인터넷 속으로카테고리 없음 2020. 9. 14. 18:31
근래 픽시 부럽지 않은 작품을 내놓는 디즈니. <주토피아> 만큼이나 괜찮게 본 작품이 바로 이 <주먹왕 랄프> 였다. 심오한 주제의식이며 뚜렷한 추억이 없음에도 어쩐지 향수가 느껴지던 특유의 소재는 직업이 악당일 뿐 심성까지 악당이 아닌 랄프의 심정과 무지막지한 시너지 효과를 낳았던 게 벌써 6년 전에 본 영화인데도 아직도 기억날 정도다. 드물게 자막과 더빙 버전을 둘 다 본 작품인데, 이번 후속작에서 정준하가 랄프를 연기하지 않은 부분은 조금 아쉽다.
1편과 2편 사이의 6년이란 시간은 실제 작중에서도 적용된다. 전편의 사건을 통해 진정한 정체성과 친구까지 얻은 랄프와 바넬로피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바넬로피는 무료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전편과 마찬가지로 플레이가 거듭될수록 어떤 게임이든 지겹기만 한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게임 속 캐릭터가 몸소 증명해 보인 것 아닌가.
영화의 전개는 비교적 느슨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개 자체는 처음에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막상 인터넷 세계에 대한 묘사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다. 디지몬 시리즈나 썸머 워즈가 상상력이나 시각적인 부분 등 여러 부분에서 훨씬 뛰어날 정도로. 이 작품보다 연령대가 낮은 본작은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무난한 유머와 장면을 나열하며 목적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비교적 수위가 있는 게임인 <슬로터 레이스> 와 동영상 사이트 버즈튜브가 등장하면서 현 시대의 양상도 적절히 꼬집어 보고, 저작권 부자인 자사의 저력을 과시하는 듯한 온갖 캐릭터들의 카메오 출연 등 볼거리가 많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밀도가 낮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다지 상상력이 특출나다고 느껴질 정도까진 아니었다는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상당히 좋게 다가왔다. 심지어 살짝 울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음 속에서 끝내 잊혀지기 마련인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의 숙명을 친구 사이의 관계로, 마치 픽시의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장난감들과 앤디가 연성될 정도의 결말이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개봉 전에는, 심지어 영화를 감상 중인 중반부까지는 이번 2편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말에서 답을 얻게 되었고, 완벽하게 여겨졌다는 1편의 결말은 이변 없이 부정당한 것 같지만, 사실 완벽한 결말은 어디에도 없다는 맥락의 이번 작품 내용을 고려해보면 얼마나 고민이 되었을 지 생각해 본다.